일기를 에세이로 바꾼다면..구린감은 덜 하겠지(feat.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법)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저자 이유미

일기를 쓸까. 에세이를 쓸까. 

제목에 이끌렸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전부터 궁금했다. '비슷한 형식의 글인데 뭐가 다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구리거나 촌스럽게 글을 쓰지 않을지 생각도 하면서 이 책에 답이 있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책은 일기를 에세이로 만드는 팁과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좀 더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일기는 쓰는 사람(나) 중심. 에세이는 읽는 사람(독자) 중심

 

일기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입니다. 형식이 없잖아요. 일기는 정말 내 마음대로 쓰는 글이니까,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짜증 나고 우울한 감정을 시간 순서대로 쭉 쓴 거예요

에세이는 좀 다르죠.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해요. 
문장과 문장 사이에 맥락도 있어야 하고 그 에피소드를 있는 그대로 쓰는 것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마무리 지으면 일기가 되겠죠?)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가, 
즉 왜 화가 났는지 왜 감동적이었는지를 '깨닫는 과정'을 한 번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공감을 해요. 사건을 겪는 건 '나'지만 그 사건을 통해 생기는 감정은 
꼭 개인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공통된 감정을 이야기해줘야 된다는 겁니다.

즉, 일기는 자신의 일상을 나열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을 쓴다. 물론 형식에 구해 받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다.

에세이는 더 나아간다. 그 감정의 사례, 문장 간의 맥락과 어느 정도의 문맥의 정렬 그리고 일상에 겪는 사건을 통해 얻는 깨달음 등의 디테일이 필요하다.

 

일기가 원석이라면 에세이는 원석을 가공해 얻는 보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할 수 있는 다른 요소는 목적이다

에세이는 누군가 읽길 바라는 마음에 쓴다. 나의 글을 읽는 독자가 있고 독자를 위해 글을 다듬어야 한다. 그들의 입맛에 잘 맞도록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일기는 그렇지 않다. 오로지 나의 만족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일기를 보려 한다면 심한 거부 감이 들 것이다.

에세이를 쓸 때 글이 주는 메시지를 염두해야  한다.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단 한 줄이라도, 자연스레 독자가 펜을 꺼내 밑줄을 긋게 만들 만한 문장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일기와 에세이의 이런 차이와는 별개로 공통점은 솔직이다. 이야기의 솔직함은 타인의 경계심을 풀고 친밀하게 다가가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타인이 내 이야기를 해줄 때 사람들은 그 글에 집중합니다
그러니까 눈에 띄는 글은 거창하게 잘 쓴 글이 보다는 거짓 없이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이라는 거죠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 짓는 것도 중요한 행위지만 무엇보다 글쓰기가 먼저다. 이 고민을 안고 글을 읽었던 독자라면 글쓰기가 좋지만 쉽게 글이 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극히 사소한 것도 글감이 된다.

대단한 것을 쓰려고 기다린다면 글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감정, 생각, 아이디어 등을 흘려보내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든 그 순간의 느낌을 잡고 적어두어야 한다. 그래서 영화, 책, 드라마, SNS 이슈 등 다양한 일에 감응을 해야 한다. 모든 게 나의 글감이 될 수 있다. 모든 순간은 특별하지도 비범하지도 않다.

작가도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글을 써가는 방식과 자신도 특별하지 않은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을 겪고 그것을 토대로 글을 쓴다고 한다.
그 사소함이 독자 역시도 한 번쯤은 겪을 법한 내용이기에 공감하는 바는 크다.

책을 통해 글쓰기 대한 마음의 짐은 한결 가벼워졌다. 단, 책 제목처럼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 짓는 방법은 이해했지만 이론만 있고 실전은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문장을 바꾸는 연습 등의 노하우를 넣어주었다면 어땠을까. 여러 예시를 들어 문장 구조를 파악하며 바꿔주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좀 더 이해가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 같은 글쓰기 초보들은 이론만으로는 흡수가 뎌디다. 물론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가 직접 해보는 것일 테지만  어쨌거나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게 답인 듯 싶다.